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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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2월 24일 화요일 8면 [사진있음]

실화

화원


립춘을 며칠 앞두고있었지만 날씨는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맵짠 하늬바람이 만경대구역 갈림길1동 31인민반에서 사는 리옥선의 집 창문을 두드렸다.고개를 들어 창문너머 구름속을 헤염쳐가는 둥근달을 한동안 바라보던 그는 손에 들고있던 학습장에 눈길을 던졌다.

12살 난 손녀인 박예경의 일기장이였다.

《오늘은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세번째로 맞는 나의 생일이다.많은 어머니들이 찾아와 생일을 축하해주었다.남들은 어머니가 한명이지만 나에게는 여러명이나 된다.…》

리옥선은 저도 모르게 눈굽이 젖어들었다.창가로 비쳐드는 달빛이 손녀의 머리맡에 놓여있는 생일기념품들을 어루쓸고있었다.솜옷, 무용복…

불현듯 지나간 일들이 생생히 떠올랐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온 나라에 서로 돕고 이끄는 고상하고 아름다운 미풍이 차넘치게 하여 우리 사회를 화목하고 단합된 일심단결의 대가정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3년전 뜻밖의 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목놓아부르며 슬피 우는 예경이를 리옥선은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직장에 늘 나가살다싶이 하는 아들과 너무도 일찌기 눈을 감은 며느리를 대신하여 손녀를 금이야 옥이야 정성껏 키우느라 했지만 걱정은 나날이 커갔다.어머니품에서 온갖 정과 사랑을 독차지하며 생기발랄하게 자라던 그 전날의 예경이가 아니였던것이다.어린 가슴에 쉽게 녹을수 없는 커다란 슬픔덩어리를 안은채 양기마저 잃은 손녀를 볼 때마다 리옥선은 가슴이 미여져왔다.

(내가 아무리 애쓴들 제 에미만이야 하랴.)

그러던 어느날이였다.뜻밖에도 만경대학생소년궁전에서 한 교원이 찾아왔다.

지도교원 김련화였다.궁전의 무용소조원인 예경이가 며칠째 소조에 나가지 않고있었던것이다.어머니를 잃은 후부터 늘 소침해있는 손녀에게 춤동작이란 전혀 가당치 않은것같아 망설이는 그에게 김련화는 말했다.

《할머니, 예경이를 소조에 꼭 보내야 합니다.》

간절히 부탁하다싶이 하는 지도교원의 청을 그는 도저히 마다할수 없었다.

무용소조에 다시 나가기 시작한지 며칠후 손녀가 여느때없이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할머니, 선생님이 나에게 새 무용복을 사주었어요.이걸 입고 춤을 추면 어머니도 기뻐한다면서.》

그리고는 어느새 무용복을 갈아입고 고운 률동을 펼쳐보였다.리옥선은 방안이 좁다하게 춤을 추며 돌아가는 손녀를 덩둘해서 쳐다보았다.영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손녀의 웃음과 춤가락이였다.

그를 어찌나 살뜰히 대해주고 돌봐주는지 예경이의 입에서는 무용소조선생님에 대한 소리뿐이였다.아마도 어머니 그리운 정을 선생님에게서 되찾으려는듯.

그로부터 몇달후였다.무용소조에서 돌아온 예경이가 할머니의 목에 감겨들며 웨치듯 말했다.

《할머니, 내가 설맞이공연에 참가하게 됐어요!》

리옥선은 가슴이 뭉클하였다.김련화지도교원의 모습이 눈앞에 떠올랐다.자주 집에 찾아와 웃음꽃을 피워주던 그였다.

언제나 기쁨이 차넘치는 그의 집에 더 큰 행복이 찾아왔다.

2024년 설맞이공연에 참가한 손녀가 경애하는 원수님을 모시고 사랑의 기념사진을 찍었던것이다.

인민반의 주민들모두가 자기 자식이 받아안은 영광인듯, 자기 가정의 행복인듯 진심으로 기뻐하였다.집집에 문은 따로 있어도 누구나 마음의 지붕을 하나로 잇고 사는 사회주의 우리 집에서 어머니없는 한 소녀가 받아안은 영광과 행복은 그대로 온 인민반, 온 동네의 자랑이였던것이다.

그후 그의 집으로는 혈육의 정이 더욱 따뜻이 흘러들었다.동초급녀맹일군인 리정향과 녀맹원들이 예경이의 어머니가 되여주었다.자주 집에 찾아와 학습정형도 알아보고 대책을 세워주었으며 손녀때문에 잔근심이 많은 그의 일손도 도와주었다.

이웃들은 또 어떠했던가.

새옷, 색다른 음식이 생겨도 의례히 예경이를 먼저 찾았다.친혈육과도 같은 그 정에 떠받들려 예경이는 시름을 모르고 활발하게 자라났다.

만경대구역 갈림길1동 31인민반에서 제일 흥성이는 집은 바로 그의 집이였다.

명절날, 휴식날은 물론 여느날에도 기쁨넘친 노래소리, 웃음소리가 창가를 흔들었다.

교실에서도 예경이, 무용소조에서도 예경이, 동네에서도 예경이 하는것은 어머니를 잃은 그가 그늘 한점 없이 자라기를 바라서가 아니였던가.

날이 갈수록 리옥선은 사람들모두가 한식솔이 되여 기쁨도 아픔도 함께 나누는 사회주의 우리 제도에 대한 고마움을 더욱 가슴깊이 절감하게 되였다.…

추억의 상념에서 깨여난 리옥선은 손녀의 이불깃을 여며주며 마음속으로 조용히 속삭였다.

(예경아, 어디 가나 어머니가 있고 사랑과 정이 차넘치는 행복의 화원에서 아름다운 한송이 꽃으로 곱게곱게 피여나거라.)

어느덧 새날이 희붐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이 세상 가장 위대하고 자애로운 어버이품속에서 미덕의 아름다운 향기가 날로 더욱 짙어가는 사회주의화원의 동터오는 새 아침이였다.

글 본사기자 신철

사진 본사기자 백광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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