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뿌리는 향기가 없어도

 

그린듯이 앉아 일어설념을 하지 않는 강서구역 세길고급중학교 음악교원 김은화의 눈가에 핑그르르 눈물이 고여올랐다.

그의 손에는 한송이의 꽃이 들려있다.

소조원인 순정이가 꽃송이를 감싼 종이에 또박또박 앙증스럽게 써놓은 글줄이 맑은것을 머금은 은화의 눈동자에 비껴들었다.

《선생님에게 드립니다.

삼지연군꾸리기건설장에서 돌격대원아저씨가 안겨준 만병초입니다.

눈속에서도 핀다는 이 꽃이 정말 곱습니다.》

엄마품밖에 몰랐던 응석받이가 뛰여난 음악적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들끓는 삼지연의 찬바람속에서 활기에 넘쳐 노래도 부르고 악기도 타고 돌격대원들의 일손도 돕는 미더운 새 세대로 어엿하게 성장한것이 정말 기뻤다.

그애뿐이 아닌 모든 소조원들이 아름다울뿐아니라 생활력이 강한 만병초처럼 자랐다.

불현듯 은화의 눈앞에 음악소조를 처음으로 맡아안던 20여년전의 나날이 주마등처럼 흘러갔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교원들은 조국의 미래인 후대들을 키워내기 위하여 남모르는 노력을 기울이고있는 숨은 노력가, 숨은 혁명가들입니다.》

학창시절 음악소조에서 이름을 날리던 은화가 중학교 음악교원으로 배치되여왔다는 소문은 날개라도 돋친듯 온 구역에 퍼져갔다.

자식을 가진 학부형들이 저마다 그를 찾아왔다.

그만큼 은화의 음악적재능은 잘 알려져있었던것이다.

이제부터는 학교음악소조가 추서게 될것이라고 교원들도 진심으로 기뻐했다.

그러나 이런 기대는 얼마 안있어 실망으로 뒤바뀌였다.

은화가 음악소조원들로 학생소년예술선전대를 조직하고 소조에서 나팔도 배워주자는 의견을 제기했던것이다.

입술이 부르트고 목이 붓도록 밤낮으로 나팔련습을 하는 은화의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하다 못해 도리머리를 저었다.

《고생을 사서 하다니 원, 쯧쯧…》

은화의 전공인 성악과 바이올린만 배워주어도 소조를 얼마든지 운영할수 있고 학생들도 좋아할텐데 하는것이 교원들과 학부형들의 공통된 생각이였던것이다.

그럴만도 하였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나라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여서 음악소조라고는 형식으로만 남아있었지 변변한 악기도 없었고 소조실도 원만히 꾸려져있지 못했기때문이였다.

소조운영을 정상적으로 하자고만 하여도 힘들겠는데 나팔을 배워줄 교원은 어디서 데려오고 악기는 또 어떻게 해결한단 말인가.

이러한 때 학생들이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하나, 둘 소조를 뜨기 시작했다.

어느날 손풍금을 배우던 한 처녀애가 은화를 찾아와서는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어머니가… 소조를… 그만두랍니다.》

가슴이 아팠다.이 학생에게서 특별한 예술적감각을 발견한것은 바로 얼마전이였다.그래서 은화는 그에게 늘 왼심을 썼었다.그런데 그마저도 소조에서 떠나겠다고 하니 교육자로서의 량심이 허락치 않았다.

그날 밤 은화는 그 학생의 집을 찾았다.

진정을 거듭 터놓았으나 그 애의 어머니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손풍금을 다루는 애에게 나팔까지 배워주게 되면 이것도 저것도 다 놓치는 격이 되지 않겠는지 모르겠어요.》

소조에서 나가려는 학생들의 집을 찾아갈 때면 이렇게 모닥불을 뒤집어쓰기가 일쑤였다.

《우리 아인 천성적으로 나팔을 불지 못해요.》

《닫지 못할 문은 열지부터 말랬는데 선생이 이제 배워서 언제 아이들을 키우겠나요?》

은화는 학부형들을 탓하지 않았다.자기의 실력이 약하고 소조를 운영할만 한 능력이 부족하기때문이라고 자책하였다.

그는 더 꾸준히 나팔련습을 해나갔다.전문예술단체들을 찾아가 나팔부는 묘리도 배워왔다.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얼마 안있어 낮이고 밤이고 외롭게 울리던 나팔소리가 점차 취주악으로 발전하여 교정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의 진정이 드디여 학생들과 학부형들의 마음의 문을 연것이였다.이렇듯 힘들게 첫걸음을 뗀 음악소조에서 첫 학생소년예술선전대가 무어졌을 때 은화의 기쁨은 얼마나 컸던가.

학생소년예술선전대원들이 공장, 기업소, 건설장들에 나가 취주악공연을 진행하고 일손도 도와주어 뭇사람들의 칭찬을 받기도 하고 구역의 보배로 떠받들리울 때마다 은화의 마음은 흐뭇해졌다.

그러던 어느날이였다.

어느 한 건설장에서 취주악공연을 진행하고 건설자들의 일손을 돕고난 학생소년예술선전대원들이 그곳 숙소에서 하루밤을 묵게 되였다.

부모의 품을 떠난 소조원들이 걱정되여 깊은 밤 잠자리를 하나하나 보아주던 은화는 우연히 한 소조원의 머리맡에 펼쳐진 일기장을 보게 되였다.

《…손풍금을 탈 땐 할아버지가 꽃잎같기도 하고 나비같기도 하다고 칭찬해주던 내 손은 지금 말이 아니다.물집이 두개나 났다.》

이날 은화는 많은것을 알게 되였다.

내성적이여서 말없고 조용하지만 꽁꽁 닫아맨 맘속에 하많은 말을 안고있는 그 처녀애에 대해서, 그만큼 크도록 손풍금을 타는 귀여운 손에 방걸레 한번, 쌀함박 한번 쥐여보지 못한 학생들에 대해 너무도 몰랐던 자신에 대해서.

그는 잠들수 없었다.온실의 꽃이 되지 말라고 화분채로 들가에 내놓은것이나 다름이 없는 자신을 끝없이 자책했다.

꽃처럼 향기를 아름답게 풍기기만 바랐지 눈속에서도 꽃이 피고 찬바람에도 끄떡없는 만병초처럼 학생들을 키우지 못했다.

다음날부터 은화는 학생들에게 배가의 노력을 기울였다.자식이 진정으로 잘되기를 바라는 친부모의 사랑으로 소조운영의 새로운 걸음을 뗐다.

수십명이나 되는 소조원들의 개성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애썼고 각이한 나이와 성격, 취미와 실력 등에 따르는 교육방법을 탐구하느라 밤을 지새웠다.그들의 건강문제에 이르기까지 세심히 보살피며 살뜰한 정을 쏟아부었다.

그는 편곡에 대한 지식을 특별히 따로 배운적이 없었지만 부단히 실력을 높여 학생들이 여러가지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뿐만아니라 그 어떤 형상도 원만히 할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도록 가르쳤다.

학생들에게 순수 음악, 단순한 기량만을 배워줄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률을 익혀도 자기를 키워주고 내세워주는 고마운 품을 먼저 노래할줄 알고 보답의 선률로 화답할줄 아는 그런 마음부터 심어주어야 한다고 은화는 생각하였다.

천성적인 소질을 가진 학생들을 선발하고 부족되는 악기를 해결하기 위해, 부모들도 생각 못한 학생들의 전망문제를 위해 그가 걸은 길은 그 얼마인지 모른다.

학생들을 성악은 물론 피아노와 기타, 손풍금, 나팔 등을 능숙하게 다루는 재능있는 연주가로 키우기 위해 지새운 밤은 또 얼마이던가.

학생들을 훌륭한 도덕품성의 소유자로 키우기 위해 말씨로부터 몸가짐, 걸음걸이, 인사법에 이르기까지 품을 들여 요구성을 높였다.소조원들이 입맛을 잃을세라, 감기에라도 걸릴세라 다심한 친부모의 정을 바치기도 했다.

이렇게 되여 몸도 마음도 다같이 자란 학생소년예술선전대가 천리마제강련합기업소와 금성뜨락또르공장, 강서구역 청산협동농장을 비롯한 창조와 혁신의 전구마다에서 투쟁의 노래를 힘차게 울려갈 때 은화는 교원혁명가로서의 남다른 긍지와 자부심을 한껏 느끼군 했다.

이들이 진행하는 공연시간은 기껏해서 30분내지 1시간밖에 안되였지만 높은 사상성과 함께 풍만한 정서, 세련된 안삼블과 재치있는 기교로 해서 어디서나 관중들의 심금을 울렸고 아낌없는 절찬을 받았다.

최근에도 삼지연군꾸리기건설장과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건설장을 찾아 건설자들을 힘있게 고무해주었다.

뿐만아니라 평양에서 진행되는 학생소년들의 설맞이공연에도 여러차례 참가하고 전국적인 예술축전들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가슴벅찬 나날과 더불어 강서구역 세길고급중학교 학생소년예술선전대는 위대한 장군님과 경애하는 원수님의 은정어린 감사를 받아안는 크나큰 영광을 지니게 되였다.

소조를 나온 많은 졸업생들이 중앙과 지방의 관록있는 예술단체에서 자기의 창작적재능을 마음껏 꽃피우고있을 때 조국보위초소에 나간 졸업생으로부터 경애하는 최고사령관동지를 모시고 공연을 진행하고 영광의 기념사진까지 찍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교직원, 학생들모두가 크나큰 기쁨에 설레이게 했다.…

누군가 소조실문을 두드리는 바람에 은화는 깊은 상념에서 깨여났다.

순정이의 어머니였다.

《선생님, 철부지들을 데리고 정말 수고가 많습니다.》

집에서 고이 자라 철없던 순정이가 온 구역에 소문난 보배덩이로, 대건설장마다에서 엄지손가락을 내흔들어 칭찬하는 학생소년예술선전대 대원으로 되였다며 기뻐하는 그를 대하자 은화는 무엇인가 심중을 터놓고싶은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러나 그의 입에서는 생각과는 다른 말이 흘러나왔다.

《이 만병초가 꼭 순정이의 모습같지 않아요?

눈속에서도 곱게 피는 이 꽃이 말이예요.이런 아름답고 억센 꽃들이 무성한 화원을 이룰 때 우리 조국은 얼마나 더 아름다와지겠나요.》

* *

뿌리는 보이지 않아도 그 귀중함이 돋보이고 향기가 없어도 아름답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을 무수히 키워낸 보이지 않는 뿌리, 20여년세월 묵묵히 자신을 바쳐 재능과 애국의 마음을 겸비한 학생들을 수많이 키워낸 한 녀교원의 헌신적인 노력은 얼마나 돋보이는가.

후대들을 위해 바친 그런 순결한 삶을 조국은 영원히 기억하고 언제나 값높이 내세워준다.

본사기자 김성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