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영웅성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사람은 일상적인 교양을 통하여 고상한 감정과 풍부한 정서가 축적되여있어야 위급한 순간에 한몸 서슴없이 내대는 영웅성과 희생성을 발휘할수 있습니다.》

생활에서는 눈에 뜨이는것보다 훨씬 더 많은것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다.이제 하나의 미담이 그것을 보여주겠지만 독자들에게 한가지 량해를 구하고싶은것은 아쉽게도 이 글에 주인공과 그밖의 사람들에 대해 이름이나 주소를 밝히지 못하는것이다.그렇게 된것은 아래의 사실을 취재를 통해 알게 된것이 아니고 어느날 무궤도전차를 탔다가 우연히 목격하였기때문이다.사실 그런 일은 우리 생활에 흔히 있고 신문과 방송으로 소개도 많이 되였다.하지만 거기엔 생활의 리치를 깨우쳐주는것이 있다.물론 많은 이여의 미담에도 그런것이 내포되여있으나 이 사실을 꼭 지면에 담아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된것은 며칠전 길가에서 면목이 있는 한 녀교원을 만났을 때였다.그는 자기네 학교 졸업생들속에서 영웅이 나왔다고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

《그는 인민군대에서 군관으로 복무하고있는데 그가 영웅이 되였다는 말을 듣고 처음엔 놀랐습니다.학생때 참하고 별로 눈에 뜨이지 않았거던요.헌데 한가지 일이 불쑥 떠오르면서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가 무슨 일에서나 제몸을 아끼지 않았기때문입니다.실례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매일 먼저 등교하여 교실청소를 했고 비가 오는 날 옆동무가 우산을 가져오지 못했으면 제 우산을 주고 자기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습니다.》

일전에 무궤도전차에서 목격한 일이 있는데다가 그 말까지 듣고나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였다.그러던 끝에 실화를 쓰게 되였다.

제목을 《영웅성》이라고 달아놓고보니 너무 큰감이 든다.또 소재를 벗어나 너무 비약되지 않았는가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그러나 한방울의 물에 우주가 비낀다는 말이 있지 않는가.

* *

룡성구역에 다녀오려고 3대혁명전시관근방에서 무궤도전차를 탔던 그날은 일요일이였다.차안엔 손님이 많았다.무궤도전차는 동체가 무거워진듯 천천히 정류소를 떠났는데 그때 한 남자손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에 앉으십시오, 아주머니.》

뒤이어 녀자손님이 말했다.

《일없습니다.둬 정류소만 가면 되는데.》

그다음에도 권하고 사양하는 말소리가 들려왔는데 잠시후 녀인이 《고맙습니다.미안합니다.》라고 하는것으로 보아 자리를 양보한 손님이 그를 끝내 앉힌 모양이였다.

무궤도전차나 궤도전차에서 자주 보는 일인데다가 나처럼 서서 가는 손님들이 앞을 가리워 자리를 양보한 사람의 얼굴을 구태여 보려고 하지 않았다.그런데 그를 눈여겨보지 않을수 없게 하는 일이 생겼다.

무궤도전차가 한동안 달려 정류소에서 멎자 손님들이 더러 내리면서 차안이 좀 널널해졌다.차가 다음정류소에 도착하자 손님들이 또 내렸다.그때 한 녀인이 좌석에서 일어서더니 곁에 선 손님에게 《잘 앉아왔습니다.》라고 인사하는것이였다.이렇게 되여 녀인에게 미소를 지어보이는 40대나이의 손님이 아까 자리를 양보한 사람이라는것을 알게 되였다.

녀인이 차에서 내리는데 그도 천천히 뒤따라 내렸다.녀인은 그가 같은 정류소에서 내린것을 모르는지 네거리쪽으로 총총히 걸어갔다.남자손님은 반대쪽으로 향하였다.

무심결에 차창밖을 내다보던 나는 그만 흠칫하였다.그가 한다리를 절며 걸어가고있었던것이다.걸음새로 보아 의족을 한게 분명하였다.그때 곁에 서있던 손님이 의문을 풀어주었다.그는 놀라는 나를 보고 가볍게 한숨을 내긋더니 《원, 사람두, 힘들겠는데 그냥 앉아올게지.그 아주머닌 하필 영예군인곁에 서있을건 뭐람.》 이러는것이였다.

《영예군인이라구요?!…》

《예.우리 동네에서 사는데 군대때 전연에서 복무했다더군요.어느날 임무수행중에 갑자기 폭발물과 맞다들렸는데 그것이 터지는 순간 전우들을 구원하려고 제몸을 내댔다고 합니다.그래서 한다리를 잃은 사람인데…》

손님은 더 입을 열지 않았다.그러나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했는지는 알고도 남을 일이였다.그에게 영예군인에 대해 좀더 물어보고싶었지만 몸이 불편한 사람이 서서 온것이 못내 마음에 걸려하는 기색이여서 그만두고말았다.그저 내심 충격이 커서 차창밖을 다시 내다보았다.

마침 무궤도전차는 가로수밑으로 다리를 절뚝거리며 걸어가는 영예군인의 곁을 지나고있었다.그는 머리를 수굿하고 걷고있었는데 앞가슴에서는 영예군인메달도 보이지 않았다.혹시 남들의 눈길을 끌가봐 달고다니지 않는것인지.…그에게서 눈길을 뗄수가 없었다.

무궤도전차는 속도를 내여 달리기 시작했다.차창에서 물러나 빈자리를 찾아앉은 나는 생각에 잠기였다.

얼마나 훌륭한가.…동지들의 생명을 지켜 자기를 바친것이야말로 얼마나 영웅적인가!…

차창밖으로 가로수들이 잇달아 지나갔다.길가의 들판은 느릿느릿 원을 그리면서 멀어져갔다.

나는 어데라없이 눈길을 던진채 그때의 광경을 상상해보았다.

비호같이 몸을 날리는 병사, 뒤미처 울리는 요란한 폭음, 세차게 치솟는 화염…

그때 그는 무엇을 먼저 생각한것인가? 자신을? …만약 그랬더라면 그는 아마 한다리를 잃지 않았을것이다.하지만 그는 그러지 않았다.자신이 아니라 동지들을 먼저 생각하였고 자기 생명보다 전우들의 생명을 더 귀중하게 여기였다.하기에 그는 자신을 바치는 길을 스스로 택하였고 위험속에 주저없이 뛰여들수 있은것이다.죽음을 각오하고…

눈앞에서는 가로수밑으로 머리를 수굿하고 걷던 영예군인의 얼굴이 계속 얼른거렸다.한쪽 발을 무겁게 내짚던 모습이 가슴에 파고들었다.

물론 그는 앉아올수도 있었다.그런다고 해서 탓할 사람도 없고 오히려 그는 자리를 양보받아야 할것이였다.그런데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었으며 불편을 참으면서 목적지까지 내내 서서 왔다.자기가 영예군인이라는것도 전혀 내색하지 않고.

거기에 어디 일부러스러운것이 조금이라도 있었는가.그의 말과 행동은 흔연하였고 그런것으로 하여 관습화된것을 느끼게 하였다.그처럼 그는 다른 사람을 위하는것을 응당하게 여기고있었고 그것은 생활화되여있는것이다.…

나는 계속 생각하였다.

그는 위기일발의 순간에도 바로 그렇게 행동하였던것이다.희생적으로!

모름지기 그는 그렇게 싸웠을것이다.설사 그 마당이 원쑤들과의 판가리격전장이였다고 해도.한목숨 아낌없이, 용감하게!-

불쑥 어느 책에선가 본 영웅성이란 결정적인 순간에 조국과 인민, 사회와 집단을 위해 발휘되는 숭고한 희생성이라는 글줄이 떠올랐다.

허나 그것은 저절로 생기는게 아닌것이다.봄에 씨를 뿌리지 않고 여름에 가꾸지 않았는데 가을이 왔다고 해서 열매를 기대할수 있겠는가.난데없는 영웅성, 갑작스런 위훈이란 결코 있을수 없는것이다.…

무궤도전차는 종점을 가까이하고있었다.차안에는 손님이 얼마 없어 영예군인이 내주었던 자리도 비여있었다.그러나 거기엔 이런 목소리가 가득 실려있는것 같았다.

천리길도 한걸음에서부터 시작되듯이 영웅성 역시 평범한 나날의 순간순간에서 싹트고 축적되는것이 아니겠는가.오늘같이 례사로운 날에 무궤도전차안에서 다른 사람에게 스스로 제 자리를 내주듯이 언제 어디에서나 자신을 아낌없이 바치는 그런 일상생활, 바로 거기에 영웅성이 뿌리를 두고있는것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런 생각에 잠긴채 무궤도전차에서 내리였다.

* *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그가 무슨 일에서나 제몸을 아끼지 않았기때문입니다.실례로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매일 먼저 등교하여 교실청소를 했고 비가 오는 날 옆동무가 우산을 가져오지 못했으면 제 우산을 주고 자기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갔습니다.》라고 하던 녀교원의 목소리가 지금도 끊임없이 들려온다.작은 일에서 자기를 바칠줄 모르는 사람은 큰일-조국과 인민을 위해 한몸을 내대야 할 때 뒤걸음칠수밖에 없다고 하던 말이.

이 글을 쓰게 된것은 생활의 그런 리치와 영웅성이란 무엇의 연장인가를 말하고싶었기때문이다.

본사기자 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