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행운

 

넓지 않은 방안에 노래소리가 울려퍼졌다.맑고 은근한 목소리로 깊은 감정을 담아 노래부르는 손자를 리병옥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우리 조국은 모든 사람들의 참된 삶과 행복의 요람이며 찬란한 미래를 담보해주는 어머니품입니다.》

18살인 손자 김익권은 조선체육대학 감독1학부 2학년에서 공부하고있다.방금전 익권이는 집에 들어서자바람으로 기쁨에 넘쳐 말했다.

《할머니, 날 보고 독창을 하래요.》

학급에서 지금 청년전위모범학급쟁취를 위한 예술소품공연준비가 한창인데 자기가 독창가수로 뽑혔다는것이다.

리병옥은 혀를 끌끌 찼다.

《원, 학급에 너만한 애가 없는게로구나.》

《아니예요.선생님이 날 추천했어요.동무들도 모두 찬성하구요.》

순간 리병옥은 가슴이 뭉클하였다.박현철이라는 30대의 젊은 담임교원과 학급학생들의 정다운 모습이 뇌리에 연줄연줄 떠올랐다.

(그저 늘 우리 익권이생각뿐이라니까.)

선생님과 동무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말아야 한다고 하면서 열성스레 노래연습을 하는 익권이, 환희에 넘친 손자를 보며 리병옥은 눈물을 머금었다.

지나간 일들이 눈물속에 되살아났다.5년전 뜻밖의 일로 세상을 떠난 엄마를 목놓아부르며 슬피 우는 익권이를 리병옥은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랐다.얼마전에 아버지를 잃은 익권이가 오늘은 또 어머니를 잃은것이였다.

익권이 어머니이자 그의 딸이다.딸을 잃은 슬픔도 컸지만 불과 한해사이에 량부모가 없는 애가 되여버린 외손자가 몹시 불쌍하였던 그는 대동강구역에서 살고있던 익권이를 동대원구역 랭천 1동에 있는 자기 집에 데려왔다.

그렇게 덥석 품어안았지만 걱정은 나날이 커갔다.아버지, 어머니품에서 온갖 사랑을 받으며 투정질도 마음껏 하던 그전날의 익권이가 아니였던것이다.어린 가슴에 쉽게 녹지 않는 커다란 슬픔덩어리를 안은채 양기를 잃고 말소리마저 작아진 손자를 볼 때마다 리병옥은 가슴이 미여져왔다.

(내가 아무리 애쓴들 제 부모만이야 하랴.)

어느날 뜻밖에도 조선체육대학의 일군들이 그를 찾아왔다.

그때에야 리병옥은 익권이가 얼마전에 조선체육대학 전문부 선발시험에서 합격된 사실이 되새겨졌다.하지만 부모도 없는 애를 어떻게 대학공부시키랴 하는 생각으로 망설이는 그에게 대학의 일군들은 말했다.

《할머니, 익권이를 대학에 꼭 보내야 합니다.》

대학일군들의 간절한 청을 그는 도저히 마다할수 없었다.

대학전문부에서 공부를 시작한지 10여일만에 익권이는 생일을 맞았다.

그날 리병옥은 텅 빈집에 망연히 앉아있었다.익권이가 성의껏 차린 아침상을 마다하고 일찌기 대학으로 간것이였다.

떠나간 딸과 사위에 대한 생각이 치밀어올라 종일 때없이 눈굽을 적시고있는데 뜻밖에 익권이의 챙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 선생님이랑 동무들이 내 생일을 미리 알고 축하해주었어요.이것 봐요.생일기념품이예요.》

리병옥의 눈길이 달덩이처럼 환해진 손자의 얼굴에 못박혔다.영 사라진줄로만 알았던 웃음이 활짝 피여나고있었던것이다.

전문부에서 익권이를 처음 맡은 교원은 녀선생이였다.어찌나 살뜰한지 익권이는 집에 와서도 늘 우리 선생님이야기뿐이였다.아마도 어머니 그리운 정을 선생님에게서 되찾으려는듯.

그러던 그가 한해가 지난 어느날 풀이 죽어 집에 들어섰다.

《우리 선생님이 딴데 가신대요.》

상심한 손자의 모습에 속이 덜컥해난 리병옥은 한달음에 대학으로 달려갔다.담임교원을 만나 우리 손자를 친어머니의 심정으로 돌봐주던 선생님이 가시면 어떻게 하는가고 안타까움을 터놓았다.

그러자 그는 말하는것이였다.자기보다 더 훌륭한 교원이 맡게 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김충혁, 전문부의 두번째 담임교원이다.그 이름도 리병옥의 가슴속에 소중히 간직되여있다.

쾌활하고 열정적인 그는 자주 학생들과 함께 익권이의 집에 찾아왔다.뜻깊은 광명성절과 공화국창건기념일, 어머니날에도 그들이 피운 웃음꽃이 온 인민반주민들을 감동케 하였다.…

추억에 젖은 리병옥의 눈길이 벽에 걸린 금메달에 가멎었다.가보와도 같은 그 금메달은 익권이가 전문부 졸업반때 청소년선수권대회 남자송구경기에 참가하여 받은것이다.

그 금메달을 온 인민반이 부러워하였다.정말 익권이가 탄 금메달이 맞는가고 하면서.

그때마다 리병옥은 청춘거리에 자리잡은 송구경기관의 경기장을 힘차게 달리던 손자의 모습과 그가 멋지게 꼴을 넣을 때마다 《조선체육대학 5번선수 잘한다.》라고 환성을 올리던 관람자들의 열기띤 모습을 생각했다.

그 5번선수가 량부모를 다 잃은 학생이라는것을 안다면 그들이 과연 뭐라고 하였겠는가.

전문부를 마친 익권이가 대학 감독1학부에 입학하던 날 동의 수많은 주민들이 그를 축복해주었다.

《익권아, 정말 용타!》

하지만 고마운 우리 사회가 아니라면 어찌 상상이나 할수 있으랴.

익권이가 대학생이 된지 얼마 안있어 학급담임교원과 전공담임교원이 리병옥을 찾아왔다.

나라의 체육인재를 키우는 귀중한 선생님들을 제 집에 앉아 맞이한 자신이 민망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그에게 박현철, 조경호교원은 말하였다.

《할머니, 우리 교육자들이 익권이를 맡아 잘 키울테니 할머니는 그저 오래오래 앉아계시면서 익권이가 훌륭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기만 하십시오.》

손자의 장래를 다짐하는 그들의 이야기에 리병옥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야말았다.그러며 그는 생각했다.어쩌면 교육자들이 이렇듯 한결같을수 있으랴 하고.

조선체육대학 교원들과 학생들이 무시로 드나드는 그의 집은 동대원구역 랭천1동 46인민반에서 제일 흥성이는 집이였다.

명절날, 휴식날은 물론 여느날에도 익권이네 학급학생들의 글소리, 노래소리가 창가를 흔들고 때없이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는 그의 집을 어찌 할머니와 손자가 외로이 사는 집이라고 할수 있으랴.교실에서도 익권이, 경기장에서도 익권이, 집에까지 찾아와 익권이 하고 떠받드는것은 부모를 잃은 그가 한점 그늘없이 자라기를 바라서가 아니랴.

올해 봄 리병옥은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하여 그는 한 중앙병원에 입원하여 수술을 받게 되였다.

어느날 호실의 출입문이 활짝 열리며 대학생복을 입은 끌끌한 청년들이 와르르 방으로 들어왔다.조국산, 남진성, 박위성, 주향금, 손미령을 비롯하여 익권이와 한학급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였다.담임교원도 뒤따라 들어섰다.

《아니 이게 웬일인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그에게 학생들이 저마다 말했다.

《익권인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한걸 감추려고 했지만 우린 다 알았습니다.》

《할머니, 빨리 병이 낫기를 바랍니다.》

한호실의 사람들도 사연을 알고는 감동을 금치 못했다.손자가 얼마나 좋은 선생님과 동무들속에 있는가고 하며 누구나 부러워했다.

리병옥도 가슴이 뿌듯하였다.손자에 대한 하많은 걱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친부모도 대신 못할 뜨거운 정과 사랑속에 익권이가 살고있는데 그 무엇을 걱정하랴.

어느 개학날에 있은 일도 떠올랐다.

대동강구역에 살고있는 익권이의 친할머니가 부랴부랴 달려왔다.구역의 책임일군이 익권이를 찾는다는것이였다.외할머니네 집에 가서 살아도 익권이는 우리 구역주민이라고 하며 구역에서 새 운동복과 학용품들을 성의껏 마련한것이였다.

생각에 잠긴 리병옥의 귀전에 익권이의 절절한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이 세상 그 어디나 하늘은 있어도

너보다 푸른 하늘 어디 가 찾으랴

아 은혜론 해와 별 찬란히 빛나는

내 나라의 정든 하늘 안고 살리라

* *

어려서 부모를 잃는것이야말로 불행중의 불행이다.하지만 어디 가나 어머니의 따뜻한 사랑과 정이 넘치는 내 나라의 푸른 하늘밑에 태여난것이야말로 행운중의 행운이 아니랴.

본사기자 허명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