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도의 종소리

철산군 철산소학교 가도분교 분교장 정수경동무에 대한 이야기

 

방금전까지만 해도 검푸르던 수평선은 어느새 아침노을빛으로 붉게 물들었다.파도의 흰갈기가 배전을 치고 나래를 쭉 편 갈매기들이 마스트우를 날아옜지만 우리의 마음은 멀리 바라보이는 가도라는 섬에 가있었다.

평안북도의 섬가운데서 비교적 큰 섬에 속하는 가도, 그곳의 자그마한 소학교분교에서는 어떤 사람들, 어떤 이야기가 우리를 기다리고있는지…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교원들속에는 한생을 묵묵히 후대교육에 바치는 훌륭한 애국자, 혁명가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를 태운 발동선은 뭍을 떠난지 여러 시간이 지나서야 가도에 닿았다.섬에 내리니 가둑나무가 많아 가도라고 불리워졌다는 이름그대로 섬전체가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여있었다.우리는 한참이나 산길을 톺아서야 가도분교에 이를수 있었다.

단층짜리 아담한 교사, 크지 않은 학교운동장, 현관문옆에 매달린 자그마한 종…

얼마후 우리는 철산소학교 가도분교 분교장 정수경동무와 마주앉았다.머리에 다소 흰서리가 내린, 그러나 눈빛만은 젊은 시절의 패기와 열정이 그대로 엿보이는 녀교원,

외로운 섬 교단에 뿌리를 내리게 된 사연으로부터 그가 걸어온 자욱자욱에는 얼마나 소중한 추억이 엮어져있는것인가.

33년전 어느날 해풍에 단발머리를 흩날리며 처녀선생이 섬에 들어섰다.철산군의 어느 한 학교에서 교원으로 사업하다가 한명의 학생을 위해 세워진 가도분교로 자원진출한 정수경동무였다.

섬으로 들어온 첫날 그는 분교가 자리잡은 둔덕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았다.몇집 안되는 섬마을, 끝간데없이 펼쳐진 망망대해…

문득 이런 생각이 갈마들었다.

(내가 꽤 이런 외진 섬에서 견디여낼수 있을가.너무 서뿌른 결심이 아니였을가.)

이때였다.그의 생각을 깨치며 애된 목소리가 울리였다.

《선…생…님!》

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한쌍의 까만 눈동자가 자기를 올려다보고있었다.섬의 유일한 학생인 8살 난 림철복이였다.순간 정수경동무의 가슴속에 뜨거운것이 그득히 차올랐다.그는 소년을 그러안으며 속삭였다.

《그래, 내가 바로 너의 담임선생이다.》

그의 섬분교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였다.하지만 그때까지 정수경동무는 섬에서의 생활이 어언 30여년을 헤아리게 될줄은 미처 몰랐다.

얼마 안있어 인적없던 숲속에 작은 등교길이 생겨났다.그 등교길과 더불어 가도에 첫 수업종소리가 울려퍼졌다.

자기가 맡아키우는 학생에 대한 사랑과 정, 희망과 포부가 오리오리 엮어진듯싶은 종끈을 한손에 꼭 잡고 학생을 부르는 처녀교원이 아침노을빛에 싸여 한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게 안겨왔다.

한해두해 세월이 흐르면서 학생수는 두명, 세명, 다섯명으로 늘어났다.그 나날 정수경동무는 아이들을 뭍의 학생들 못지 않게 훌륭히 키우기 위해 밤잠을 잊다싶이 하며 애써 노력했다.그러나 섬생활에는 랑만과 희열만 있는것이 아니였다.

어느날 깊은 밤 퇴근길에 오른 그가 숲속의 오솔길을 지날 때였다.어디선가 와삭와삭 풀숲을 헤치는 소리가 들려오고 눈앞의 새초잎이 세차게 흔들리는것이 아닌가.갑자기 눈앞에 큰 메돼지가 불쑥 나타나는것이였다.숨막히는 긴장한 순간이 흘렀다.이윽고 눈앞에 나타난 사람이 자기를 해칠 존재는 아니라고 여겼는지 메돼지는 어지간히 큰 몸통을 슬며시 돌려 숲속으로 어슬렁어슬렁 들어가버리는것이였다.

며칠후 저녁이였다.《메돼지사건》을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들이 퇴근길에 오른 선생님주위를 둘러싸며 말했다.

《이제부턴 우리가 선생님을 집까지 바래워드리겠습니다.그놈의 메돼지가 다신 선생님앞에서 까불대지 못하게…》

순간 정수경동무의 입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장난꾸러기들이 이제는 제법 선생님의 퇴근길을 걱정하는것이 아닌가.

기쁨도 있고 눈물도 있는 이런 나날속에 어느덧 그는 행복한 새 가정을 이루었다.그러던 어느해 정수경동무의 남편이 고향인 청단군으로 조동되게 되였다.

그가 섬을 떠나게 된 날이였다.《선생님-》 하는 애된 목소리와 함께 도래굽이에서 불쑥 나타난 아이들이 부두가로 향하던 정수경동무에게로 달려왔다.그는 아이들에게 나직이 당부했다.

《모두들 앓지 말고 공부를 잘해야 해요.》

그리고는 서둘러 부두가를 향해 돌아섰다.그러나 선생님의 눈에서 반짝이는 눈물을 어찌 아이들이 놓칠수 있었으랴.

《선생님이 우신다.》

《선생님, 울지 마십시오.》

다음순간 파도소리를 짓누르며 바다가에 울려퍼지는 아이들의 웨침소리,

《선생님, 가지 마십시오!》

정수경동무는 저도모르게 아이들쪽으로 돌아섰다.그리고 한달음에 달려가 그들을 한품에 그러안았다.한명한명 눈물범벅이 된 아이들의 얼굴을 닦아주는 선생님과 고사리같은 손으로 선생님의 두볼로 흘러내리는 눈물을 씻어주는 아이들…

정수경동무는 속삭였다.

《그래.선생님은 가지 않겠다.너희들을 떠나 이 선생님은 못산다.》

이렇게 되여 정수경동무는 아이들을 졸업시킨 후 인차 뒤따라가기로 약속하고 섬에 남게 되였고 그의 남편은 한발 먼저 고향으로 떠나게 되였다.그러나 정수경동무는 남편과의 약속을 지킬수 없었다.그렇게 한해가 흐르고 두해가 지났다.

어느날 뜻밖의 소식이 섬으로 날아왔다.섬분교를 지켜가는 정수경동무의 진정을 헤아려 당조직에서는 그의 남편이 다시 가도에서 일하도록 조치를 취해준것이였다.그 소식을 전해들은 순간 뜨거운 눈물이 정수경동무의 두볼을 적셨다.

당의 크나큰 믿음과 기대에 보답할 한마음으로 교육사업에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가는 나날 정수경동무는 제14차 전국교원대회를 비롯한 여러 대회에 참가하였으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동지를 모시고 기념사진을 찍는 크나큰 영광을 지니였다.…

《벌써 서른세해가 흘렀습니다.제가 담임했던 차영심학생이 대학을 졸업하고 세해전에 가도분교로 자원진출했답니다.오늘은 우리 가도에 저와 곽창협선생, 차영심선생 이렇게 모두 세명의 교원들이 있습니다.새 세대 교원들에 의해 우리 가도분교의 대, 애국의 대가 굳건히 이어지고있는것이야말로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깊은 상념에서 깨여난 정수경동무는 이렇게 말끝을 맺더니 다음수업시간을 알리려고 서둘러 현관쪽으로 향했다.잠시후 분교의 하늘가로 유정한 수업종소리가 울려퍼졌다.

가도의 종소리, 그 종소리가 우리에게는 례사롭게 들려오지 않았다.

그것은 한명의 학생을 위해서도 학교가 서고 교원이 있는 나라, 자라나는 후대들을 위해서라면 그 무엇도 아낌이 없는 우리 나라 사회주의교육제도에 대한 다함없는 찬가로, 조국의 미래를 위해 청춘도 한생도 다 바치는 참된 교육자들의 고결한 심장의 박동소리로 우리의 가슴속에 끝없이 메아리쳐왔다.

글 및 사진 박주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