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삶의 보람

 

처절썩-처절썩-

언제 끝날가싶게 가공장을 들썩하게 하던 작업반원들의 웃음소리도 이제는 사라지고 유정하던 갈매기울음소리도 어느덧 자취를 감추었지만 기슭을 치는 파도소리만은 변함이 없다.사무실벽면에 걸어놓은 시계의 바늘은 자정을 가까이했으나 조영옥은 습관대로 일기장을 마주했다.

그가 라선시 수채봉수산사업소 선봉가공직장 가공1작업반 반장으로 사업을 시작한지도 벌써 여러해가 흘렀다.

이 나날 언제나 그와 기쁨도 행복도 고난도 시련도 함께 해준 일기장이였다.

《9월 22일.드디여 오늘까지 당창건 75돐전으로 년간계획을 완수하자고 한 작업반결의목표를 점령했다.이로 하여 우리 작업반은 조직된 때로부터 해마다 년간계획을 당창건기념일전으로 초과완수한 단위로 되였다.작업반원모두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오늘처럼 삶의 보람을 느껴보는 때가 과연 얼마였던가.…》

여기까지 쓰고난 영옥은 펜을 멈추었다.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맞받아 헤치며 당앞에 다진 결의목표를 기어이 수행한 긍지와 자부심, 그 나날에 있었던 가지가지 사연들이 밀물처럼 떠올라 저도모르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늘 보아오는 바다였지만 오늘따라 백사장이며 파도며 그 모든것이 새삼스럽게 애틋하고 정다왔다.

쉼없이 출렁이는 파도는 어느새 영옥의 추억을 그가 작업반장사업을 처음 시작하던 수년전 그날에로 실어갔다.

* *

《아니, 계획을 조절하다니요?》

《벌려놓은 일이 하도 많으니 걱정이 돼서…》

덩둘해진 영옥의 눈을 애써 피하며 작업반청년은 뒤더수기를 긁으면서 이렇게 말끝을 얼버무렸다.

《됐어요.오늘은 빨리 퇴근들 하자요.》

영옥은 그 청년에게 말했는지, 아니면 어벌이 크게 일판을 벌려놓은 새 작업반장의 얼굴만 바라보는 작업반원들에게 이야기했는지 자신도 알수 없게 이 한마디 말을 하고는 조용히 사무실로 들어왔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사람에게 있어서 삶의 보람과 행복은 혁명적정열을 가지고 살며 일하는데 있습니다.》

위대한 장군님의 불멸의 령도업적이 뜨겁게 어려있는 어느 한 기업소에서 수산물가공을 잘하기로 소문났던 혁신자가 작업반장으로 임명되여 왔다는 소식은 작업반원모두를 무척 기쁘게 했다.

새 반장한테서 수산물가공방법을 많이 배우게 됐다고 은근히 벼르는 축들도 있었다.

그도그럴것이 처녀시절 돌격대출신인 영옥은 비록 중년나이였지만 일솜씨가 여간 다기차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혀를 두르게 했다.

그런데 그가 작업반장이 되여 시작한 일은 이미전부터 진행해오던 가공장개건공사를 더 크게 확장하는것이였다.

많은 사람이 의문을 먼저 앞세웠다.한것은 수산물가공에서는 선도보장이 첫째여서 수산물이 들어오는데 맞게 가공을 따라세우자고 해도 조련한 일이 아니기때문이였다.

《이제 또 가공장과 사무청사를 2층으로 짓자면 수산물가공에 지장을 주지 않겠는지?…》

《여라문명밖에 안되는 인원으로 가공장의 승강기설치랑 꽤 할수 있을가?》

그러는 모두에게 영옥은 말했다.

《우리가 두몫, 세몫으로 일하면 얼마든지 해낼수 있어요.문제는 자체의 힘으로 우리 일터를 남부럽지 않게 꾸려보겠다는 각오와 결심이 중요한거예요.》

그러나 공사는 말처럼 쉽지 않았다.더우기 공사를 일정대로 내밀면서 맡겨진 수산물가공계획까지 동시에 수행하자니 반장자신도 힘들고 지칠 때가 없지 않았다.하물며 작업반원들이야 더 말해서 무엇하겠는가.

그날 저녁 영옥은 일기장에 이런 글을 남겼다.

《당에서는 일군들이 오분열도식일본새를 없애고 실지 인민생활향상에 도움이 되고 나라의 부강발전에 이바지할수 있도록 모든 사업을 근기있게 밀고나가 끝장을 보아야 한다고 그토록 강조하고있다.그런데 반원들의 마음속에 동요가 일어나게 된것은 전적으로 작업반장인 내가 그들과의 사업을 잘하지 못했기때문이다.사람은 재능의 부족보다 결심의 부족으로 실패한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에게 확고한 신념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튿날 아침 영옥은 작업반원들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물론 우리 작업반은 인원도 얼마 안되는 작은 단위이다.하지만 작은 시내가 모여 강을 이루고 바다가 되듯이 작업반이 모여 직장이 되고 사업소가 되며 나아가서 조국이라는 큰 집을 이루게 된다.우리가 자기앞에 맡겨진 혁명과업도 수행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사회의 한 성원이라고 떳떳이 말할수 있으며 한시인들 마음이 편하겠는가.삶의 보람은 오래 사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사회와 집단의 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하면서 사는가 하는데 의하여 결정된다.…

그날부터 작업반원들의 일본새에서는 변화가 일어났다.

년간계획을 끝낼 때까지 아예 현장을 떠나지 말자고 모두가 윽윽 했다.

영옥은 그러는 이들이 눈물이 나도록 고마왔다.

영옥은 말이 없는 사람이였다.대신 행동이 앞섰다.한여름의 복더위속에서, 한겨울의 눈바람속에서 제일먼저 작업도구를 드는 사람도 그였고 간밤에 비가 오고 눈이 온 아침에도 선참으로 출근하여 현장을 돌아보면서 이신작칙으로 작업반원들을 이끌었다.

동지에 대한 사랑으로 충만되고 집단에 대한 헌신으로 불같은 영옥을 작업반원모두가 무척 따랐다.

결코 그의 인간적향기에 끌려서만이 아니였다.조국앞에 지닌 의무, 혁명과업수행을 생의 전부로 여기고 조국의 숨결을 생의 박동처럼 가슴에 안고 사는 그의 삶의 지향과 순결한 량심에 끌려서였다.

언제인가 급히 들어온 수산물을 밤늦게까지 가공하고 공사장에서 날을 밝힌 영옥에게 한 작업반원이 이렇게 물었다.

작업반장이 되면 그렇게 남보다 잠도 적어지고 열성도 저절로 생기는가고.

그때 그는 말했다.

《조국에 바치는 량심에 어떻게 작업반장의 량심이 따로 있고 작업반원의 량심이 따로 있겠나요.그저 내 량심이 시키는 일을 할뿐이랍니다.》

이렇게 이들은 한마음한뜻이 되여 수산물가공을 높은 수준에서 정상화할수 있는 물질기술적토대를 튼튼히 마련하면서도 그해계획을 10월 10일전까지 끝내게 되였다.

그즈음 영옥의 사무실에서는 밤깊도록 불빛이 꺼질줄 몰랐다.하루일을 마친 작업반원들이 퇴근길을 재촉하는 부름소리도 전혀 대중하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년간계획완수도 중요하지만 날로 높아지는 수산물가공품에 대한 요구, 세계적인 발전추세를 따라서는것 또한 작업반앞에 나서는 중요한 과업이였다.

발전하는 요구수준에 따라서지 못한 제품을 놓고 년간계획을 수행했다고 떳떳이 말할수 있겠는가.이것은 작업반의 앞날과도 관련되는 중요한 문제였다.

이렇게 생각할 때면 영옥은 오히려 계획완수의 기쁨보다도 두려움이 더 앞서군 했다.

참된 삶의 보람은 그 삶의 지향에 있는것이다.

과학기술을 앞세워 제품의 질을 높이는 사업에서 대오의 기수가 되여야 할 사람이 바로 자기자신이라고 영옥은 생각했다.

그는 수산물가공에서 보다 높은 요구성을 제기하고 그 실현을 위한 투쟁에로 작업반원들을 힘있게 불러일으켰다.가공품의 맛과 영양가치, 위생안전성보장 등에 더 큰 관심을 돌리였다.

영옥은 일을 할 때나 길을 걸을 때나 항상 보풀이 인 수첩을 손에서 놓을줄 몰랐다.

수십년동안 수산물가공을 해오면서 쌓은 경험과 지식을 꼬박꼬박 적어넣은 그 수첩은 영옥에게 있어서 어디에도 비길데없는 보물과도 같았다.

그가 가공품의 특성에 따라 염도를 알맞게 조절하는 방법도 연구해내고 가공실수률을 높일수 있게 자숙공정을 새롭게 꾸릴수 있은것도 이 수첩의 도움이라고 해야 옳았다.

영옥은 낮에는 낮대로 작업반원들과 일을 하고 밤에는 또 밤대로 콤퓨터에 마주앉아 새로운 가공방법과 기술을 터득하느라 모대겼다.

《당신 보기가 정말 미안해요.나때문에 자주 부엌일을 하고 아이들 뒤거둠도 당신이 할 때가 더 많으니.》

날이 가는줄 모르고 일에 파묻혔다가 어쩌다 집으로 들어온 날이면 영옥은 늘 이렇게 미안해하였다.그럴 때면 남편인 구일남동무는 호방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어쩌겠소, 작업반장의 남편인걸.난 당신이 아이들앞에 가정일보다 직장일에 더 충실한 어머니로 사는게 좋더구만.》

대학을 졸업하고 어엿한 군관이 된 아들들이 어머니의 생일을 축하해서 보내온 기념품도 다름아닌 수산물가공과 관련한 도서들이였다.

이렇게 애써 노력한 보람이 있어 작업반에서는 수산물가공수준도 높이면서 해마다 부산물로 영양가높은 가공제품들을 생산하여 여러 건설장에 보내주었다.

올해 1월 자신들의 깨끗한 충성의 마음이 깃든 많은 목련을 작업반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지구의 수목원에 정히 심으면서 영옥은 뜻깊은 올해에도 년간계획을 당창건 75돐까지 무조건 수행할것을 굳게 결의다졌다.

그러나 이들앞에는 참으로 많은 난관과 시련이 겹쳐들었다.수차에 걸쳐 들이닥친 태풍과 해일로 하여 많은 구간의 방조제가 파괴되고 백사장주변에 애써 가꾼 남새밭이 순식간에 모래무지로 변하였다.하지만 이들은 강인한 의지로 떨쳐일어나 피해복구사업도 힘있게 벌리면서 맡겨진 수산물가공계획을 기어이 끝내고야말았다.

이렇게 온 심신을 다 바쳐가며 영옥과 작업반원들은 해마다 년간계획을 넘쳐 수행하였고 그 나날과 더불어 작업반은 화목하고 단합된 집단, 수산물가공기술에서 늘 앞서나가는 단위로 자랑떨치게 되였다.

* *

어디선가 울려오는 배고동소리에 영옥은 깊은 상념에서 깨여났다.

파도는 여전히 기슭을 쳤다.쉼없이 들려오는 정다운 파도소리를 생의 박동처럼 새겨안으며 영옥은 하루의 총화이면서도 자서전의 한 갈피와도 같은 일기를 이렇게 끝맺었다.

《강은 두번에 나누어 건늘수 없는것처럼 인생도 마찬가지이다.사람의 인생에는 련습이 없다.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 삶의 순간순간을 헛되지 않게 산다는것이 얼마나 보람있고 또 순탄치 않은가.나를 품어키워준 고마운 어머니조국을 위해 사랑하는 정든 일터에서 나의 모든것을 다 바치리라!》

* *

어디서나 볼수 있고 누구에게서나 들을수 있는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작은 이야기속에 시대의 호소가 있고 삶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가 누구이든 무슨 일을 하든 로동자이건, 농민이건, 과학자이건, 학생이건 자기앞에 맡겨진 임무를 성실하게, 훌륭하게 수행해나갈 때 우리 조국은 얼마나 젊어지고 또 전진할것인가.

어머니조국이 내세워주고 보살펴주는 그 한생이 그대로 나라를 떠받드는 초석이 되고 삶의 순간순간이 곧 부강번영의 숨결을 더해주는 박동이 될 때 그 삶은 더없이 아름답고 보람있는것이다.

본사기자 김성민